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글링을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Stack Overflow에 질문을 올리거나 공식 문서를 찾아보며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해결 방법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나아가 AI가 직접 버그를 찾아 수정하고 테스트까지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 개발을 하면서 경험한 변화와 함께 학습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내가 알던 인공지능
2020년 무렵,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내가 공부했던 인공지능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와는 조금 달랐다.
딥러닝과 강화학습, 자연어 처리를 공부하고, Attention과 Transformer 관련 논문을 읽으며 인공지능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려고 했다.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을 학습시키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인공지능 개발의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인공지능이 자연어를 넘어 이미지와 음성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나 역시 이런 발전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때는 모델의 구조와 학습 원리를 이해하고 목적에 맞는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학습의 중심이었다.
AI, 새로운 도구의 등장
GPT를 처음 접한 시점은 2023년 하반기로 기억한다. SSAFY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GP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글링을 대신해 주는 도구에 가깝게 느껴졌다. 자연어로 질문하면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주었고, 에러 메시지를 전달하면 원인과 해결 방향을 제안했다. 개발에 필요한 명령어나 코드 예제를 찾을 때도 여러 검색 결과를 확인하는 대신 AI와 대화하며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답변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이 훨씬 편리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24년에는 회사에서 GitHub Copilot을 도입했고, 실제 업무에 활용한 경험을 회사 기술 블로그에 정리하기도 했다.
Copilot의 코드 자동완성과 리팩터링 제안을 활용하면서 개발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특히 IDE에서 작성 중인 코드의 맥락을 파악하고, 앞으로 작성할 것 같은 로직을 Ghost Text 형태로 제안하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AI가 내가 작성하려는 코드를 미리 제안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AI는 단순히 코드를 제안하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의 구조를 분석하고 여러 파일을 수정하며 테스트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코드를 어떻게 작성할지뿐 아니라, AI에게 어떤 작업을 맡기고 어떻게 수행하도록 만들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AI 없이 개발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 AI 없이 개발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전의 개발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2026년 10월 현재, 몇 달 간격으로 새로운 프런티어 모델과 AI 에이전트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코드 작성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프로젝트의 맥락을 파악하고 설계부터 구현, 테스트까지 개발 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나 역시 AI를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팀에서는 AI가 설계와 구현 과정에서 결과를 검증하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도록 제약하는 하네스를 구성해 사용하고 있다.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플러그인도 직접 만들어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Kibana 로그 조회와 모니터링을 위한 플러그인이다.
기존에는 Kibana에서 Data View를 찾고 직접 쿼리를 작성해 로그를 확인해야 했다. 물론 API를 통해 직접 조회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쿼리 옵션을 알고 있어야 한다.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AI가 필요한 쿼리를 생성하고, curl을 통해 로그를 조회할 수 있다. 주기적인 호출을 통한 모니터링도 가능하며, 조회한 로그를 요약해 주기 때문에 로컬 환경에서도 서비스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서 단순히 코드 작성을 맡기는 것을 넘어,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작업을 개선하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제안하는 코드를 개발자가 선택하고 완성했다면, 이제는 개발자가 작업의 방향과 제약 조건을 정의하고 AI가 그에 맞춰 작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AI에게 어떤 맥락을 제공하고, 어떤 작업을 허용하며,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개발 과정의 일부가 된 것이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학습이 필요할까?
AI 에이전트가 발전하면서 프로덕트를 만드는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제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네이티브 앱 개발 경험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서비스라면 깊은 기술적 이해 없이도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전달해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서비스는 여러 시스템이 연결되어 다양한 인프라 환경 위에서 동작한다. 각 시스템마다 설계 배경과 제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AI가 제안하는 설계가 항상 현재 서비스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성능 문제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결 방법을 판단하려면 시스템 아키텍처와 인프라 구조, 기술의 동작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회사의 내부 시스템과 비즈니스 맥락은 AI가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는 정보가 아니다. 개발자가 이를 이해하고 필요한 맥락과 제약 조건을 전달해야 AI도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AI에게 일을 잘 맡기고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스스로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학습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학습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과거에는 직접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학습했다면, 이제는 AI에게 더 정확하게 일을 맡기고 그 결과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도 학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
AI를 통해 답을 얻는 것이 쉬워진 만큼 학습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공부할 때 공식 문서와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개념을 이해했다. 이제는 AI와 대화하면서 기술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궁금한 부분을 바로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설명해 준 내용을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한다면 AI에게 동작 원리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고, 기존에 알고 있는 기술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후 공식 문서를 확인하거나 직접 코드를 실행하면서 설명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AI가 제안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왜 그런 방법을 선택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질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술을 동일한 깊이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인 구현이나 단순한 작업은 AI에 맡기더라도, 자신이 담당하는 시스템의 핵심 구조와 기술의 동작 원리, 비즈니스 도메인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AI가 작성한 코드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구현 방법을 배우거나,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발견했을 때 추가로 학습할 수도 있다.
AI를 단순히 정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의 도움 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2020년 인공지능의 동작 원리를 공부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AI를 바라보는 관점과 개발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공부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얼마나 더 많은 개발 작업을 수행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AI를 활용하는 방법도 계속 배워야겠지만, 자신이 다루는 기술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쉽게 답을 얻는 만큼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AI를 활용하면서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뿐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지도 고민해 보려고 한다.
